징동(JD.com)이 9월 9일 베이징에서 연 연례 기술 컨퍼런스에서 앱 16.0 버전을 공개했습니다. 함께 나온 것이 AI 쇼핑 도우미 ‘동동(东东)’입니다.
이번 개편은 앱 한구석에 챗봇 하나 붙인 수준이 아닙니다. 물건을 찾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고르고, 결제하고, 배송받은 뒤 문의하는 단계까지 전부 AI를 끼워 넣었다는 게 징동 설명입니다.
동동은 어떻게 생겼나
글로 물어봐도 되고 말로 물어봐도 됩니다. 화면 아래쪽에는 자주 쓰는 기능이 고정으로 붙어 있어요. 배달 주문, 서비스 찾기, AI 할인, 반품·교환 문의, 작업 도우미 같은 것들입니다.
재미있는 건 영상 기능입니다. 카메라로 비추면 비슷한 상품을 찾아주고, 3D로 상품을 집 안에 가상으로 놓아볼 수도 있습니다. 소파나 가전처럼 크기가 중요한 물건을 살 때 유용하겠죠.
진짜 핵심은 따로 있습니다
징동 리테일 혁신제품부를 맡고 있는 왕위안위안은 이번 개편의 핵심을 조금 다르게 설명했습니다. 화면으로 고르는 방식과 대화로 고르는 방식을 양쪽으로 이어붙인 것이 요점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쇼핑앱에서 이 둘은 사실상 따로 놀았습니다. 상품 목록을 한참 훑다가 챗봇을 열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했고, 챗봇이 추천해준 상품을 보려면 또 검색창으로 돌아가야 했죠. 써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그래서 대부분 챗봇을 안 쓰게 됩니다.
징동은 화면 곳곳에 안내 문구를 심어두고, 동동이 기존 상품 목록을 거드는 방식으로 설계했습니다. 목록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대화로 넘어가고, 대화에서 나온 결과가 다시 목록으로 이어지게요.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배경이 있습니다. 징동은 이미 작년 12월 말부터 ‘징동 AI거우’라는 별도 앱을 조용히 테스트해왔습니다. 징동 쇼핑, 배달, 신선식품, 헬스케어를 한데 묶은 앱인데, 첫 화면에 검색창이 없습니다. 대신 ‘대화’와 ‘추천’ 두 개의 입구만 있어요.
대화 화면에 들어가면 앱이 먼저 말을 겁니다. 배달 주문할까요, 물건 추천해드릴까요, 옷차림 봐드릴까요, 하는 식으로요. 뭘 물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시작할 수 있게 한 장치입니다. 직접 입력하면 가격대와 사양, 다른 사람들 후기까지 정리해서 보여줍니다.
이 앱을 운영한 징동 측 왕쉬는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대화 방식이 복잡한 요청을 이해하는 데 확실히 낫고, 실제로 들어온 요청의 60% 이상이 복잡한 요청이었다는 겁니다.
이 수치가 왜 중요하냐면요. 검색창은 “무선 이어폰” 같은 단어를 칠 때만 제대로 작동합니다. “출퇴근할 때 쓸 건데 통화 잘 되고 10만 원 넘지 않았으면 좋겠어” 같은 말은 검색창에 넣을 수가 없죠. 그런데 실제로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건 후자에 가깝습니다.
같은 날 나온 다른 이야기들
이번 컨퍼런스에서 동동만 발표된 건 아닙니다. GPU 10만 장 규모의 국산 연산 설비 구축, 로봇 학습용 데이터 1,000만 시간 수집 계획, 자체 AI 모델 시리즈, 새 물류 로봇 라인업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징동 기술 총괄인 차오펑이 남긴 말이 이 회사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징동의 AI는 논문에서 나온 게 아니라 생산 라인과 창고, 배송 거점에서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물류망 자체가 AI를 훈련시키는 현장이라는 이야기죠.
업계는 어떻게 보나
비슷한 시기 열린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에서 나온 보고서는 AI가 전자상거래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다시 쓰고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앞으로는 트래픽 싸움이 아니라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의 싸움이 될 거라는 전망이고요. AI 도구가 3년 만에 이커머스 업무의 90%에 들어왔다는 수치도 함께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기존 방식이 없어진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표준화된 상품 목록은 계속 남고 AI 도우미가 옆에서 거드는 형태로, 두 가지가 꽤 오래 같이 갈 거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우리가 생각해볼 것
물건이 노출되는 방식이 바뀝니다. 지금까지 징동에서 상품을 노출시키려면 검색 키워드와 카테고리 순위를 관리하면 됐습니다. 대화로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 AI가 내 상품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하는지가 변수가 됩니다. 상세페이지를 사람 눈에 예쁘게 만드는 것과, AI가 읽기 좋게 만드는 건 다른 문제거든요.
복잡한 요청이 60%라는 게 힌트입니다. 사람들이 조건을 여러 개 붙여서 물어본다는 뜻입니다. 그런 질문에 내 상품이 답으로 나오려면, 상세페이지에 “이런 상황에서 쓰기 좋다”는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사양만 잔뜩 나열한 페이지는 점점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타오바오와 티몰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판매자 운영과 광고 쪽에 AI를 집중하는 편이라 무게중심은 조금 다르지만, 큰 방향은 같습니다. 중국 플랫폼에 입점해 계시다면 각 플랫폼이 주는 AI 도구를 직접 써보면서 어떤 정보를 가져다 쓰는지 확인해두시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아직 초기입니다. 노출 규칙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고, 뒤집어 말하면 지금 쌓아두는 데이터가 나중에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규칙이 굳은 다음에 따라가는 것보다야 낫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