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 이야기를 할 때 유니트리(Unitree, 宇树科技)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2026년 8월 19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면서 이 회사는 더 이상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중국 하드웨어 산업의 상징이 됐습니다. 오늘은 이 회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우리가 여기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정리해보려 합니다.
한 대학원생의 영상에서 시작됐다
유니트리는 2016년 항저우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창업자 왕싱싱(王兴兴)은 2013년 저장이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상하이대 대학원에서 로봇·기계설계를 전공했는데, 재학 중 직접 만든 4족 보행 로봇 ‘XDog’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2016년 졸업 논문 발표 직후 공개한 테스트 영상이 국내외 매체의 관심을 받았고, 그 관심을 발판 삼아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고성능 4족 로봇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비롯한 극소수 기업만 만들 수 있었고, 가격은 수천만 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사실상 연구실 밖으로 나올 수 없는 물건이었죠. 왕싱싱의 문제의식은 단순했습니다. “성능은 유지하되 값을 확 낮추면, 훨씬 많은 사람이 로봇을 쓸 수 있다.”
2020년 인터뷰에서 그가 남긴 비유가 이 회사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슈퍼카를 만들고, 유니트리는 대중 승용차를 만든다는 것. 저비용, 실용성,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며 궁극적 목표는 로봇이 실제로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이 회사의 전략은 그때 말한 그대로입니다.
성장 과정은 대략 세 시기로 나뉩니다. 2016~2019년은 기술 축적기로, XDog을 기반으로 첫 상업용 제품 라이카고(Laikago)를 내놓으며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2020~2022년은 소비자용 제품 개발기, 그리고 2023년 이후가 휴머노이드 확장기입니다.
지금의 유니트리
핵심 역량은 핵심 부품 내재화입니다. 고토크 서보 모터, 정밀 감속기, 제어 알고리즘, 센서 융합까지 직접 설계하고 생산합니다. 대부분의 로봇 기업이 모터와 감속기를 외부에서 사 오는 것과 대조적인데, 이 구조가 원가 통제력과 개선 속도를 만들어냈습니다.
사업은 네 갈래입니다. 연구·교육용 로봇(SDK 개방형 개발 플랫폼), 산업용 4족 로봇(설비 점검, 위험 지역 탐사, 재난 현장 지원), 휴머노이드 로봇, 그리고 자체 개발 부품의 외부 공급입니다.
| 모델 | 사양 | 가격 |
|---|---|---|
| H1 (2023) | 180cm / 47kg | 65만 위안(약 1억 2천만 원)부터 |
| G1 (2024) | 약 127~130cm / 35kg | 9만 9천 위안(약 1만 6천 달러) |
| R1 (2025) | 122cm / 25kg | 3만 9,999위안(4,900~5,900달러부터) |
| H2 (2026) | 자체 AI 모델 UnifoLM 연동 | — |
2년 사이에 1억 2천만 원짜리에서 700만 원대로 내려왔습니다. G1은 H1의 뭉툭한 손 대신 세 손가락 그리퍼를 달아 납땜이나 프라이팬 조작 같은 섬세한 작업까지 가능해졌고, R1은 26개 관절과 6축 IMU 2개를 탑재해 내리막 질주, 옆돌기, 물구나무서기, 밀려도 되돌아오는 동작을 시연했습니다. 최신 H2는 자체 대형 AI 모델 UnifoLM과 연동해 자연어 명령을 이해하고 수행합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 2025년 매출 17억 위안 — 전년 대비 약 4배 성장
- 휴머노이드 5,215대, 4족 로봇 23,037대 판매
- 해외 매출 비중 40%
- 2026년 1분기 매출 4억 2,300만 위안 — 전년 동기 대비 68.5% 증가
그리고 2026년 8월 19일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스타마켓) 상장. 청약 경쟁률은 8,000대 1이었고,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150.8위안 대비 629.44% 급등한 1,100위안을 기록했습니다. 이 상장으로 61억 위안(약 1조 3천억 원)을 조달했고, 왕싱싱의 지분 가치는 24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됐습니다.
강점은 무엇인가
가격. 미국 공장에 투입되는 휴머노이드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입니다. 참고로 서비스형 로봇으로 수익을 내는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지트’는 25만 달러 선입니다.
개방적 생태계. 폐쇄적인 독자 규격 대신 ROS2, Python 등 표준을 지원하고 SDK와 문서를 공개합니다. 덕분에 전 세계 로봇공학·AI 논문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플랫폼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지금 대학원에서 유니트리로 실험한 연구자들이 5년 뒤 산업 현장의 의사결정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가 정책은 매출 전략이자 표준 선점 전략입니다.
제품 폭. 700만 원대 보급형부터 산업용, 휴머노이드까지 한 회사 안에서 선택지가 갖춰져 있습니다.
야외 적응력. 계단, 경사, 거친 지형에서 안정적으로 걷고 LiDAR와 카메라로 장애물을 회피합니다.
한계도 분명하다
산업 현장 내구성. 연구실 환경에서의 성능과 혹독한 현장에서 장시간 연속 가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산업용 모델이라도 현장 검증이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남아 있습니다.
배터리. 대부분 2~3시간 수준입니다. 교대 근무를 대체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자율성. 기본적인 장애물 회피는 되지만 예측 불가능한 실제 환경에서는 사람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왕싱싱 본인이 WRC 2026에서 이 병목을 정확히 지적했습니다. 가장 큰 기술적 걸림돌은 AI 모델의 입출력이 실제 로봇의 움직임과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는 문제이며, 물건을 쥐고 움직이는 물리 환경에서는 작은 오차도 작업 성공률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해외 A/S. 중국 본토 밖에서는 부품 수급과 기술 지원이 느리다는 불만이 있습니다. 한국은 공식 서비스망이 아직 완비되지 않았습니다.
수익성. 중국 내 로봇 제조사가 200개를 넘어섰고, 이 경쟁 탓에 2026년 1분기 순이익은 4,030만 위안에 그쳤습니다.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이익률은 눌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애지봇, 엑스스퀘어 로보틱스, 딥 로보틱스, 러쥐 로보틱스 등도 줄줄이 상장을 준비 중입니다.
대외 리스크. 유니트리는 지난해 매출의 10% 이상을 미국에서 올렸는데, 2026년 7월 미국이 중국산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기존 수출 제품은 허가를 받았지만 신제품은 별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회사도 이 위험을 투자설명서에 공시했습니다.
마케터가 눈여겨볼 대목
유니트리는 기술 회사이지만, 마케팅 관점에서도 배울 게 많은 회사입니다.
첫째, 창업의 시작이 콘텐츠였습니다. 왕싱싱은 영업이 아니라 영상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만든 것을 공개하고, 그 영상이 퍼지고, 그 관심이 투자로 이어졌습니다. 제품이 곧 콘텐츠가 되는 구조를 처음부터 이해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둘째, 2025년 춘완(春晚)이 결정적이었습니다. CCTV 춘절 전야 프로그램에서 유니트리 휴머노이드들이 집단 군무를 선보였고, 이 장면 하나가 중국 전역의 휴머노이드 붐을 촉발했습니다. 수억 명이 동시에 보는 무대에서 로봇이 사람처럼 춤을 추는 장면. 어떤 광고비로도 살 수 없는 노출이었습니다.
셋째, 신제품 공개 타이밍입니다. 상장 이틀 전인 8월 17일, 유니트리는 2m 넘게 점프하고 초속 12.22m로 달리는 신형 모델 ‘슈퍼맨’을 공개했습니다. 우연일 리 없습니다. 기술 공개와 자본 조달의 리듬을 맞추는 것 역시 마케팅입니다.
넷째, 가격 파괴는 그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1억 2천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내려온 궤적은 스펙 경쟁보다 훨씬 강력한 서사입니다. “우리는 로봇을 보급품으로 만든다”는 포지셔닝이 제품 가격표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정리하며
유니트리는 개인의 취미에서 출발해 상장사가 된 회사입니다. 기술 자립과 가격 경쟁력이라는 두 축으로 연구 시장을 장악했고, 이제 휴머노이드로 무대를 옮겼습니다. 내구성, 배터리, 자율성, 해외 서비스, 수익성이라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 회사가 지난 10년간 보여준 속도를 보면 하나씩 지워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왕싱싱은 WRC 2026에서 ‘로봇의 챗GPT 모먼트’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학습한 적 없는 새로운 환경의 80%에서, 음성이나 문자로 지시받은 작업의 약 80%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단계. 그리고 이르면 2~3년 안에 그 전환점이 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만약 그 말이 맞다면, 지금 유니트리를 지켜보는 일은 로봇 산업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다음 시장의 입구를 확인하는 일이 됩니다.
